나는 오랫동안 남을 위해 살아왔습니다. 낳아주신 부모님의 자식으로, 누군가의 아내로, 아이들의 엄마로, 직장이라는 곳의 한 사람으로서 늘 나보다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며 책임을 다하여 하루를 시작하고 끝냈습니다.
그러다 50대를 지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 “이제는 오롯이 나를 위해 살고 싶다.” 그 마음이 조용하게 내 마음속에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순간, 인생은 내게 새로운 계절 하나를 건네줍니다. 그 계절의 이름이 바로, “나를 위한 두 번째 봄”입니다.

1. 남을 위한 삶에서, 나를 위한 삶으로
첫 번째 봄은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계절이었습니다. “해야 하는 일”이 쌓여 있었고, “포기할 수 없는 책임”이 너무 많았습니다. 그래서 내 마음은 늘 뒤로 밀리고, 언제나 나는 “나중에 챙겨도 되는 존재”가 되어 있었습니다.
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, 아이들은 성장해서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나이가 되어, 나라는 존재의 필요성이 조금씩 희미해질 때 즈음 저는 조용히 깨달았습니다.
이제는 더 이상 나를 미뤄두지 않아야 한다는 것.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 된다는 것.
두 번째 봄은 바로 그 깨달음에서 시작됩니다.
2. ‘나’를 다시 찾아가는 계절
결혼하고 두 번의 출산 후 오랜 기간 동안 아이들의 엄마로, 집안의 가장으로 정신없이 40대를 보내고 나니 유방암이 찾아왔고, 정작 살고 싶어 질 때 죽음이라는 두려움 앞에서 숨죽이며 울었던 그 시간들을 떠오르면 가슴 한편이 아려옵니다.
그렇게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 버티고 버텨서 결국엔 두 번째 봄을 만나게 되어 나에게 이렇게 질문해 봅니다.
- 나는 어떤 사람이고, 무엇을 좋아하는지
- 누구와 있을 때 가장 편안한지
-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
-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
이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, “나를 다시 찾으러 가는 여행”입니다. 두 번째 봄은 그 여행을 허락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자 나의 미래입니다.
3. 나를 위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봄이 된다
나를 위한 봄이라고 해서 거창한 변화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. 오히려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작은 실천이 내 삶의 온도를 서서히 올려줍니다.
- 하루 10분이라도 나만을 위한 조용한 시간 가져보기
- 오랫동안 미뤄왔던 취미 하나 다시 꺼내서 실천해 보기
-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며 건강을 돌보는 습관 만들기
- 나를 힘들게 하는 말과 사람에게는 “괜찮습니다, 여기까지만요”라고 말해보기
이 작은 선택들을 모아 “나도 소중한 사람”이라는 사실을 내 몸과 마음에 새겨줍니다. 그때 비로소, 마음속에서 따뜻한 봄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.
4.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용기, 나를 지키는 힘
두 번째 봄은 모든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는 계절이 아닙니다. 이제는 “누구와 함께할 것인가”를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.
나를 지치게 만드는 관계, 늘 비교하게 만드는 만남, 존중받지 못하는 자리에서 조용히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용기. 그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, 이제야 비로소 나를 지키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증거입니다.
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,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, 서로의 속도를 존중해 주는 사람과 함께할 때 두 번째 봄은 훨씬 더 따뜻해집니다.
5. 이제는 나에게 “괜찮다”라고 말해 줄 시간
물론 두 번째 봄은 완벽해지기 위한 계절이 아닙니다. 이제는 내 안의 부족함과 상처를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계절입니다.
“그때는 최선을 다했어.” “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아.” “앞으로의 나는 더 여유롭고 따뜻해도 돼.”
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을 때, 비로소 마음의 땅에서 작은 새싹이 올라옵니다. 그 새싹의 이름이 바로 자기 존중, 자기 사랑, 그리고 두 번째 봄입니다.
마무리: 두 번째 봄은, 나를 허락해 주는 계절
두 번째 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계절이 아니라, 내가 나에게 조금씩 허락하기 시작할 때 천천히,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오는 계절입니다.
이제는 남을 위한 봄이 아니라, 나를 위한 봄을 열어도 되는 시간입니다.
오늘 하루의 끝에서 나에게 조용히 이렇게 말해봅니다.
“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아. 두 번째 봄은, 바로 나를 위한 봄이니까.”